
윈난성(雲南省)의 소수민족
작년에 산동성 이곳 저곳과 상하이, 항저우 그리고 백두산을 여행했었는데 이번 여행은 아마 거리로는 가장 긴 여정이 돼지 않을까 싶다. 청도에서 윈난성 쿤밍(곤명)까지 비행기로 4시간 반 소요되니까, 중국 대륙이 얼마나 큰 지 다시 실감하게 된다.
원래 이번 여행의 목적은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대회 참가였기에 호치민행 항공권을 예약하고 열흘 후에 출발해야 했으나, 5시간의 지겨운 비행 시간을 줄이면서 이 기회에 남쪽 도시도 여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호치민을 향해 몇 단계로 나누어 여행하기로 계획을 바꿨다.
우선 두 시간 정도 날아서 상하이 홍차오 공항에 도착했다. 많이 발전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으나 나를 놀라게한 건 푸동의 고층빌딩보다 한국 식당에서 먹은 음식 값이었다. 한국 돈으로 만원 정도의 설렁탕 값은 분명 서울보다 비쌌다.
10년 전 상하이 호텔에서 창밖으로 보던 거리 추억은 긴 열을 지어 출근 하던 자전거 군단이었는데 지금은 이곳 아파트 값이 강남 아파트 가격과 비슷하다고 한다.

상하이 한인 거리
상하이에서 3일을 보내고 쿤밍으로 향했다. 쿤밍은 이전에 한번 여행한 적이 있었지만 시내를 구경하기에도 빠듯했는데 이번에는 유명한 관광지인 소스 민속촌 등 관광지를 구경하였다.
윈난성은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성인데, 그래서 동남아 계열의 소수 민족이 많이 살고 있다. 만주가 그러하듯, 이곳도 지금은 중국 이지만, 국경 없던 예전에는 여러 민족들이 섞여, 태국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을 오고 가며 살았을 것이다.
쿤밍에서 이틀 머무른 후, 버스를 타고 베트남과 접해있는 허커우(河口)로 넘어갔다. 버스를 타고 허커우로 가는 길은 산맥을 넘어야 넘는 코스여서 비포장 좁은 길을 굽이굽이 돌아서 올라가는데, 중간 중간 조그만 마을들을 지날 때 마다 마을 주민들의 특이한 옷들이 눈에 들어온다.
갓 따은 파란 바나나 송이들이 담긴 바구니를 등에 지고 가는 할머니와 그 옆을 따라가는 손녀도 같은 모자와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이색적이고 흥미롭다. 그리고 마을을 지나 산을 계속 오르면 좀 전의 마을과는 다른 민족인듯, 다른 옷을 걸친 사람이 나타난다.
이 산맥에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소수 민족들이 살고 있는지? 도대체 이런 귀한 경험을 어디 가야 할 수 있을까? 모든 장면들이 날 것의 다큐이며,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는 신비한 장면을 보느라 비 포장 도로 때문에 흔들리는 좌석의 불편함 따위는 감내할 만 하였다.
그렇게 높은 산을 몇 번 넘어서 늦은 밤에 허커우에 도착하였다. 베트남과 맞다 있는 도시라 그런지 베트남 상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눈에 띠고, 베트남 말이 여기 저기서 들린다.
그렇게 높은 산을 몇 번 넘어서 늦은 밤에 허커우에 도착하였다. 베트남과 맞다 있는 도시라 그런지 베트남 상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눈에 띠고, 베트남 말이 여기 저기서 들린다.
가까운 호텔을 찾아서 경이로운 여행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피곤함이 한번에 몰려왔다. 침대에 누워 잠깐만 쉬고 샤워를 할 생각이었는데 그냥 잠들어 버렸는지? 눈을 뜨니 아침이었다.
밖에 나가니 길거리 포장마차들이 늘어서 있는데, 대부분 쌀국수를 팔고 있다. 역시 베트남 국경 도시 같다.쌀국수로 아침을 해결하고 짐을 정리해 중국 관문으로 향한다.

중국, 베트남 관문(關門)
관문(關門)이라고 불리는 국경 검문소에서 출국 심사를 받고, 바로 옆에 있는 베트남 입국 심사대에 여권을 건네니, 한국 사람이 이곳으로 입국하는 것이 이상한지 여권을 한참 뒤져보며 이것 저것 질문한다.
캄보디아입국할 때 국경 검문소에서 무조건 삥 뜯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잔돈도 없어 버티고 있으니 결국 여권에입국 도장을 찍어준다. 몇 년 전 남쪽 호치민에 들른 적은 있지만 북쪽으로 걸어서 입국은 처음이다.
국경 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다. 20 Km 정도 떨어져 있는 라오까이로 가기 위해 개인이 운영하는봉고차를 타고 라오까이에 도착했다.
제일 높은 빌딩이 4층인 조그만 도시에 여행객들이 제법 많이 있다.알고보니 라오까이는 서양인들이 많이 찾는 제법 유명한 여행지였다.
라오까이에 있는 고산지대에 여러 소수민족들이 살고있어, 원시 자연과 옛 생활 방식을 간직하며 살고 있는 모습을 구경하러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나는 이곳에 도착하는 여정에서 산들을 통과하며 창밖을 통해 잠시 스치는 풍경이라도 그들의 사는 모습을 생생히 마음속에 각인해 놓았으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오면서 봤던 고속도로 공사 현장을 보면서, 국가의 발전으로 길게 펴진 아스팔트 길과 터널을 만들어 빠르고 편해지는 반면 한편으론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얻지 못 할 거라는 괜한 걱정을 해본다.
베트남 북쪽끝에 위치한 라오까이 전경
라오까이는 관광지여서 서양식 레스토랑과 카페가 많았다. 우리나라 예전 시골역같은 라오까이 기차역에서 하노이 기차표를 끊고 밤 9시 출발할 때 까지 시간을 보내려고 하니 막막하다.
이곳 저곳 구경하며 한 시간 즈음 걸으니 동네 한 바퀴를 다 돌았다. 카페겸 식당에 들어가 메뉴판을 보니 관광지 답게 음식 값이 비싸다.
와이파이를 쓸려면 어제 저녁에 먹었던 쌀국수 값은 잊어버려야 한다. 샌드위치와 오렌지 쥬스를 주문하고 노트북을 폈다.
하노이까지 가면 여행이 편해질 것 같았다. 한식당에 가서 느끼해진 속도 풀고 호텔 예약을 한하고 2, 3일 여행을 하고 호치민으로 떠날 예정이다. 식사와 함께 대충 필요한 작업을 하니 한 시간이 흘렀다.
5개 테이블 식당에서 더 있으려니 눈치가 보여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태양빛에 눈이 따갑다. 서양인들이 선글라스를 쓰는 이유를 알 것 갖지만 난 아직도 안경이 어색하다.
할 일도 없어 천천히 동네를 걷다 보니 한 시간 지나 더 구경할 곳도 없을 정도로 라오까이 중심지는 작았다. 걷다가 발견한 구멍가게 앞에 허름한 테이블에 놓인 2, 3대를 놓고 영업하는 야외 PC방에 앉았다. 예전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 놓인 게임기가 생각이 난다.
그래도 빛을 가리는 천막도 있고 냉장고에는 중국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으니 시간 보내기엔 제격이다.
컴퓨터 전원을 누르니 잠시 후 윈도우 로고가 반짝거린다. 생각보다 인터넷 속도도 괜찮다. 베트남 최북단의 산골에서 시원한 콜라를 마시며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것 만도 지금은 사치스럽다.
기차에서 저녁으로 먹을 옥수수와 대나무 잎으로 싼 찹밥을 사서 하노이행 기차에 올랐다. 처음 타보는 침대 열차 이층 칸에 몸을 쑤셔 누우니 그래도 쉴 만 했다.
밤새도록 달려 새벽에 도착하는 열차는 예전 비둘기호 기차처럼 철커덕 철커덕 소리를 내며 40키로의 속도로 천천히 달렸다.
잠깐 잠이 들었는데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에 깨어보니 날이 밝았다. 하노이에 도착했다. 새벽이라 그런지 하노이 날씨도 선선한게 걷기 좋았다. 호텔 체크인 시간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어차피 하노이는 처음 와 본 곳이고, 여행지에서 늘 하던대로 무작정 걷기로 하였다. 조금 걸으니 커다란 호수가 눈에 보인다. 도시 한 가운데 이렇게 큰 호수가 있다니?
호수길을 따라 한참을 걸으니 눈에 익은 간판이 눈에 띤다. 롯데리아가 호치민에 있다니? 햄버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반가워서 들어가 아침 식사를 해결하였다.

질문 1
응답자
하노이 호암끼엔 호수
하노이에 도착하면 며칠 간 여행을 하고 시간이 되면 하노이에서 남쪽 끝 호치민까지 일주일 횡단 여행을 할 생각이었는데 와서 보니 어림도 없는 생각이었다.
라오까이에서 하노이까지 200 키로 정도를 밤새고 왔는데 호치민까지 갈려면 3일은 꼬박 걸릴 것 같다. 결국 호치민행 항공권을 끊었다. 이런 식의 즉흥적인 여행은 혼자라야 가능할 것 같다.
베트남이 길게 생긴 나라인 건 알았지만 하노이에서 호치민은 꽤 긴 거리였다. 한시간 남짓 비행후에 도착한 호치민 공항은 내가 몇 년전에 보았던 공항이 아니었다.
4년전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마치 40년 전의 청량리역 모습이었는데 일본 자본으로 지은 번듯한 호치민 신 공항이 들어섰다. 동남아도 조금씩 발전하고 변화하고 있었다.
호치민에서 대회에 참여하는 일행들을 만나 버스를 타고 캄보디아를 향해 떠났다. 호치민에서 1시간 쯤 달리니 국경이 나온다. 간단한 수속을 하고 포장도 안된 길을 10분 정도 달리니 목적지가 나온다.
뜨거운 태양아래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 같은 곳에 건물 몇 채가 서있다. 나는 이곳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같은 동남아라도 서열이 존재한다는 것, 베트남 사람은 캄보디아를 자유롭게 출입하지만, 캄보디아 사람은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베트남에 입국할 수 있다는 것.
어디든 국력이 발전해야 국민이 편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이곳에서 5일간의 대회를 마치고 칭다오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빡 세게 했지만 그만큼 여러가지를 보고 즐길 수 있어 나름 보람 있는 여행이었다.
2008년 4월 4일 나무
